뉴스 & 소식

최근 정보 및 중요 소식들을 확인하실 수 있는 공간입니다.

중소기업 신음하는데, 5년간 인증수수료 2조원 넘게 배불린 ‘인증기관’

 

새로 개발한 제품 시험인증에 드는 과도한 수수료와 번거로운 절차로 납품과 신제품 개발을 포기하는 중소기업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 대표적인 4개 정부 유관 인증기관은 수수료로만 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24개 부처가 80개 법정의무 인증과 106개 법정 임의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연간 인증 취득 비용은 2,180만원, 취득 소요 기간은 평균 5.5개월에 이른다. 정부는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제도개선을 추진했지만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인증 부담이 늘어나는 반면에 인증기관의 재정은 갈수록 오르고 있다. 국내 주요 4개 시험인증기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기관들의 소유 부동산은 지난 7월 말 5,911억원(취득원가 기준) 규모로 2016년(4,195억원) 대비 40.9% 증가했다. 임직원 수 또한 같은 기간 18.6%(583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인증기관 관계자는 “인증의 전문성을 위해 사옥을 추가 건립하는 등 기관의 규모가 커진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4면-기획 이슈 (중소기업 인증제도).jpg

 

최근 중소기업들이 정부 인증기관의 인증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해 납품과 신제품 개발을 포기하는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이용하는 인증기관의 인증 수수료 수입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최근 5년간 인증 수수료로 무려 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입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이용하는 정부 유관 인증기관 4곳 ▲한국건설생활환경연구원(KCL)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의 5년간(2016~2020년) 인증 수수료 수입은 2조1,1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인증 수수료 수입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6년 3,670억원, 2017년 3,963억원, 2018년 4,133억원, 2019년 4,47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 영향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9.3%나 증가한 4,890억원을 냈다. K인증이 인증기관의 배를 불리는 수단이 됐다는 지적과 함께 높은 인증 수수료 부담이 우리 중소기업들의 제품 개발 의욕을 상실케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도한 인증 품목과 인증 기간도 문제다. 중복 유사 인증이 많고 제품 사양을 조금만 바꿔도 새로 인증을 받아야 할 뿐더러 인증을 받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돼 기업 경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5면-기획 이슈 1.jpg

 

행정 편의주의 산물 ‘K인증’

정부는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24개 부처가 80개 법정의무 인증과 106개 법정 임의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연간 인증 취득 비용은 무려 2,180만원, 취득 소요 기간은 평균 5.5개월에 이른다.

국내 인증제도가 빠르게 변하는 요즘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LED 조명업체 관계자는 “공기청정기술 등 융복합 기술이 들어간 LED조명을 개발했지만 인증 심사 담당자가 기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무척 힘들었다"며 "도리어 인증기관을 학습시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수료로 배불리는 ‘K-인증기관’

중소기업의 인증 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인증기관의 재정은 갈수록 오르고 있다. 국내 주요 4개 시험인증기관의 소유 부동산은 지난 7월말 5,911억원, 2016년(4,195억원) 대비 무려 40.9% 증가했다. 임직원 수 또한 같은 기간 18.6%(583명) 늘었다.

구자근 의원은 “특히 중소 제조업의 취업자 수와 소득은 감소하고 공장 가동률 또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유관 인증기관의 수수료 수입이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며 “비싼 인증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고, 느리고 복잡한 제도 절차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확실한 제도개선과 대책마련을 통해 국가 기업 경쟁력을 제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5면-기획 이슈 2.jpg

 

중소기업 ‘인증 몸살’에 신제품 내놓기가 무서워

중소기업이 중복·늑장 인증에 따른 부담과 과도한 인증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해 납품과 신제품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기업에 자체 개발한 화재감시 시스템을 납품하던 한 산업용 설비 제조업체는 지난 5월 공공기관에 공급하려다 큰 벽에 부딪혔다. 국내 인증(KC)뿐 아니라 미국 인증(UL), 유럽 인증(CE), 중국 인증(CCC)의 엄격한 안전 기준을 충족했지만 소방안전인증을 또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제품 검사에 시험수수료, 공장심사수수료 등 수백만원이 드는 데다 3~6개월이 더 소요되는 상황에서 이 회사는 납품을 포기했다.

한 조명업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인증료 때문에 국내 판매를 포기하고 수출에 전념하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20,000원 안팎의 조명기구를 국내에서 인증 받으려면 2,000만원 이상이 드는데, 까다로운 독일에선 3분의 1 비용으로 가능하다”면서 “검사와 인증 항목도 독일보다 한국이 훨씬 많아 국내에선 도저히 장사를 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유관 인증기관들이 수수료 장사로 배를 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허탈하게 한다.

특히, 과도한 인증 품목, 인증료, 인증 기간 등으로 기업들이 제품 개발 의욕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중복 유사 인증이 많고 제품 사양을 조금만 바꿔도 새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데다 인증을 받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돼 기업 경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6면-기획 이슈 1.jpg

 

정부의 인증 간소화 정책도 시험기관 위한 꼼수로 판단

인증료에는 각종 검사 및 시험 수수료에 공장심사 수수료가 붙고 인증기관의 출장이 필요할 경우 출장비용까지 추가된다.

가뜩이나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인증료 부담을 무겁게 느낄 수밖에 없다. 2007년 96개였던 정부의 법정 인증제도는 2015년 209개로 증가했다가 일부 통폐합이 이뤄져 2020년 186개로 줄었다. 정부는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제도 개선을 추진했지만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29일 문승욱 산업부 장관 주재로 국가기술표준원 청사에서 ‘기술규제 혁신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술규제 혁신방안에 대한 조명업계의 의견과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간담회에서 문승욱 장관은 “기술규제로 제품의 시장 출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규제 장벽을 넘어설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하고 “LED조명 등 다수인증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인증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우선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해온 다수인증 원스톱처리 지원센터를 현재 1개에서 7개 기관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그동안 기업에서 인증부담에 대한 애로를 지속해 제기했던 LED조명 제품 관련 7개 인증제도를 5개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효율 LED조명은 시장보급이 충분히 이뤄져 인증제도 유지 필요성이 적은 것으로 판단돼 LED조명 관련 7개 인증 중 산업부 소관 녹색인증제도와 고효율인증제도도 폐지한다고 알렸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 또한 결국 인증기관의 먹거리 마련을 위한 밑그림일 뿐이라는 게 조명업계의 지적이다.

고효율인증제도를 없애는 대신, LED조명 전체를 효율등급제로 이관한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다. 그동안 시행해 온 고효율인증은 임의인증이라 조달시장 진출을 원하는 업체만 획득하면 됐지만, 효율등급은 강제인증이기 때문에 모든 조달·민수시장 업체들이 제품별로 새로 시험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6면-기획 이슈 2.jpg

 

산업부, 인증제도 실효성 검토 등 中企 애로 해소 추진할 것

LED 조명업계의 경우,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한 해에 수 십 개의 신제품을 내놓는다. 여기에 필요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수억원의 인증료가 소요된다. 조명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의 디자인과 사양을 조금만 바꿔도 전자파, 전기안전 등 모든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이 많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신제품을 내놓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과 유럽 인증은 국내에서 통하지 않고, 국내 인증도 해외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국내 인증은 미국과 유럽보다 까다로워 행정편의주의 산물이라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산업부는 “인증제도는 기업에 제품의 우수성을, 소비자에 상품 선택의 편리성을, 정부에 정책의 주요 수단을 제공하는 등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므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정부는 기업의 인증애로를 해소하기 위해서 ‘기술규제 혁신방안’ 수립 등 수차례 종합대책을 수립·시행한 바 있고, 인증제도 정비와 인증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일부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면-기획 이슈 2.jpg

 

산업부가 말하는 제도정비 및 기업지원 정책은?

산업부는 “정부는 인증제도의 통폐합 등을 통해 유사·중복 인증을 정비해 왔으며, 19년부터 ‘적합성평가 실효성 검토’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인 모든 법정인증제도에 대해 3년 주기로 실효성을 평가하여 존속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LED 품목과 같이 다수인증을 필요로 하는 제품군에 대해 One-Stop 서비스를 제공해 인증비용과 소요기간의 부담을 경감하도록 지원하고 있고, 융합 신제품 또는 기존 인증기준 적용이 부적합한 제품에 대해서도 규제샌드박스제도, 융합신제품적합성인증제도 등을 통해 시장 출시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산업부는 이같은 제도 운영을 통해 전기용품 안전인증 시험수수료를 2004년 이래 동결했고, 기업이 연간 지불하는 인증취득 및 유지비용도 지난 10년간 지속 감소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가전제품은 미국의 1/5 이하, 유럽 및 중국의 1/2 이하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인증기간에 대해서도 산업부는 “우리나라는 인증 처리기간을 고시 등 법령에 규정하고 있으며, 대체로 45일 내외로 규정하고 있어 미·중·유럽의 49~120일 보다 짧다”고 밝혔다.

한편, 강제인증제도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가의 강제인증제도는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기 위한 필수요건으로서 충족기준과 방식은 국가별로 운영한다. 따라서 특정 국가의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서 규정하는 기준과 방식에 따라 인증을 취득해야만 한다.

다만, 글로벌인증기관이 운영하는 임의인증이나 시험성적서의 경우, 국제상호인정체계에 따른 공인기관이 발행한 인증서나 시험성적서는 국제적으로 상호 인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KOLAS, KAS, KAB 등 인정기구를 통해 국제적 통용성을 갖는 공인기관 인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인증기관의 성장세와 관련해 산업부는 최근 4차 산업혁명 등 다양한 융합 신제품의 등장으로 새로운 분야의 시험·인증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것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험기관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지난 4월 적합성평가관리법의 시행에 따라 신설된 부정행위 신고·조사센터(’21.5)를 중심으로 부정성적서의 발급·유통을 철저히 차단하고 비리행위 방지를 위한 내부감사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시험·인증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엄격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재 / 하재찬 chany@lightingnews.kr>